Mercedes Benz 패션위크 참가

Mercedes Benz Fashion Week 기간중 Fashion Tech 스타트업 컨퍼런스의 연사로 초청받아 모스크바에 방문했습니다. 전직 패션 디자이너인 아내의 코디에 의존하는 패션 테러리스트:-) 인 제가 이런 유명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이 사실 넌센스였지만 스페인유명 엑셀레이터 디렉터의 추천으로 러시아까지 가게된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사실 패션 스타트업 컨퍼런스는 패션위크 행사의 한 부분으로 들어간건데 전통적인 패션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모여서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만남을 갖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K-Fashion에 대한 사례와 한국의 패션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패널토의에 참여한 것이었는데 패션의 허영과 지적인 허영이 만난 자리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해외출장을 가봤지만 항상 회사비용을 아껴가면서 다녀봤기 때문에 항공편과 호텔예약 그리고 모든 교통편과 식사까지 주최측에서 제공받은 이번 모스크바 출장은 너무도 과분하고 어색했습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주최측에서 준비한 메르세데즈 벤츠를 타고 오래된 5성급 호텔에 체크인할때부터 놀랐는데 호텔 식당에서 조식을 먹을때마다 연주하는 하프연주는 러시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럭셔리였습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 관련 행사를 기획할때 해외연사를 초청할 때 그 분들이 느꼈던 감사함을 이번에는 제가 받은 것인데 그 만큼 ‘밥값’을 해야할텐데하는 부담감을 내내 느끼면서 주제발표와 패널토의에 참여했습니다.

유명한 디자이너와 모델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은 사진과 셀피를 찍으면서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 중 한명이었구요)지난주 성경공부에서 목사님이 얘기한대로 이 시대는 서로 칭찬을 하지 않는 문화이기 때문에 스스로 칭찬을 하는 SNS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멋지고 화려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로 가득 찼지만 저는 군중속의 외로움을 느끼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패션쇼를 감상하고 왔습니다. 감사하게도 VIP 패스를 받아서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지만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벤트였습니다.

패션쇼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줄

마치 화려한 왕궁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도마뱀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는데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씨도 만나고 VIP 게스트 대우를 받으면서 전세계에서 모인 패션업계의 유력인사들과 교제하면서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카림 디자이너는 패션업계의 스티브잡스같은 인물이었는데 천재의 오만함을 느낄수 있었던 그의 강연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저녁에 파티에서 이탈리아에서 온 12년차 되는 패션 디자이너를 만났는데 화보촬영차 한국 남대문에도 방문했다고 하여 조금 친해졌는데 그 분이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Fashion is all fake… ” (패션은 모두 가짜다)

그리고 아래 성경말씀이 생각났습니다.

People judge by outward appearance, but the Lord looks at the heart.
1 Samuel 16:7 NLT

발표가 끝난 후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개인시간을 보냈는데 모스크바 시내를 걸으면서 자신과 아내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단테스와 결투를 벌이다가 사망했다는 푸쉬킨과 그의 아내 동상과, 멀티미디어 박물관에 가서 피카소 사진과 현대 작품들을 관람하고, 마크르스 사상의 기초를 만든 엥겔스 동상도을 구경했습니다. 푸쉬킨 박물관에도 방문하여 여러가지 작품도 구경했습니다.

지하철도 한 정거장을 타 봤는데 규모는 꽤 컸지만 시설과 관리상태는 우리나라가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볼쇼이 극장에도 가봤는데 발레는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하고 티켓 가격도 꽤 비싸서 포기했습니다. 저녁에는 붉은 광장에 가서 쇼핑몰도 구경하고
신기하게 생긴 건물 앞에서도 인증샷을 남기면서 촌스러운 아시아 관광객의 역할을 하고 왔습니다. 🙂

메인 패션쇼 이외에도 매일 저녁마다 모스크바 여러군데에서 패션쇼 행사가 있었는데 역사박물관을 통채로 빌려서 개최한 별도의 패션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분이 90년대 유명했던 가수라고 하던데 성형수술을 너무 하셔서 20년전과 똑같은 얼굴이라고 동행했던 러시아 분이 얘기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저녁에는 사용하지 않는 역사시설에서 행사를 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SF 시청건물에서 주말에 웨딩을 할 수 있도록 대관해 주는 사업이나 시애틀의 아쿠아리움을 저녁시간에 기업에서 개최한 파티장소로 활용하는 것은 공간을 잘 활용한 사례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Petroff Palace 에서도 패션쇼를 했는데 디자이너가 체첸공화국의 대통령의 딸이라고 해서 그런지 사람이 많긴 했습니다.

마지막 날 길거리에서 2인조 사기단이 돈뭉치를 떨어뜨리고 주워줬더니 돈뭉치가 하나 더 있었다고 하면서 여권을 달라고 하는 수법으로 접근해 왔습니다만 지혜롭게 그 자리를 잘 떠나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무슨 KGB 형사인척 하길래 연기 잘한다고 칭찬해주면서 피했는데 수법들이 창조적이더군요. 그런 아이디어로 창업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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