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용달 배송을 하면서 얻는 여러가지 즐거움 중 하나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입니다. 원룸 이사짐부터 나무가구 공방, 전시회 작품, 무거운 운동기구, 개업축하 화분, 당근마켓 중고가구 등 다양한 물품을 옮겨주면서 고객이 동승하는 경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운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가벼운 일상 이야기나 하는 일 혹은 동네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저는 대화 속에서 여러가지 사업기회를 얻거나 몰랐던 사실이나 좋은 아이디어를 얻곤 합니다.
어제 인천에서 화성시로 개인물품과 강아지를 옮겨달라는 단골 여성 고객과 나누었던 놀다운 이야기를 살짝 나눕니다. 이 분은 지난 4월에 동생집으로 개인 짐을 옮겨드리면서 싸게 용달을 해줘서 고맙다고 다음에 꼭 연락주겠다고 했었는데 정말 잊지 않고 연락을 주신 분이셨는데, 전 두번 이상 연락이 오면 무조건 전 VIP로 모시고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려고 하고 그런 감사한 고객들의 리뷰가 쌓여서 저의 당근마켓 평점이 정해지기 때문에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성심성의껏 배송을 도와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좀 멀리 가신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연 것이 결국 인생 상담으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알고보니 중1짜리 딸이 있는 15년차 엄마였는데, 연하의 남자와 바람이 나면서 드라마 주인공 같은 분이었습니다. 태권도 관장이신 남편과는 결국 헤어지게 되고 딸에게도 큰 실망감을 주게 되어 그 자책과 후회로 망가지고 있는 목사님의 딸이라는 이 분은 전직 사회복지사 상담가셨습니다. 이제는 자기가 상담을 받아야하는 입장에 처했는데 인생의 막장 드라마 마지막편을 찍고 계셨고 그 하이라이트로 동반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파혼남 집에 얹혀 살면서 숙식을 해결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남자도 사연을 들어보니 또 하나의 막장 드라마 주인공이더군요.
화성시에 있는 신축 아파트에 신혼 살림을 다 차려놓고 결혼을 코 앞에 두고 있다가 파혼을 당한 남자분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려고 했지만 매번 실수(?)로 목적달성이 안되어 이 여성분을 만나서 재도전(?)을 하려고 했는데 전직 상담가에게 자신의 신세를 털어놓으면서 상담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동네도 너무 좋고 깔끔한데 만일 이 두분이 목적달성을 하게 되면 평온한 시골 새아파트 촌의 집값이 떨어질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얘기를 쭉 들어보니 막장 드라마에서 코메디 시나리오로 바뀌고 있어서 안도가 되긴 했습니다. 삶을 마감하려는 목사님의 딸이신데도 유머가 남아 있었고 상담일을 오래 하셔서 그런지 그 남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보다 더 불쌍하다면서 이미 직업병이 발동하여 상담을 해 주고 있었습니다.
저도 조심스럽게 제 얘기를 꺼내서 정신적으로 아팠던 과거와 택배일을 하게된 사연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오픈하면서 상담가를 제가 상담하게 되었는데 운전하고 오는 내내 포텐이 폭발하면서 완전 힐링모드로 전환되고 솔루션 제안단계로 급반전되면서 뭘 해야 먹고 살수 있을지 물어보시길래 일단 사람 하나 살렸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상담이 필요한 요양병원 대기 노인분들이나 코로나 시대에 대화가 필요한 많은 고객(?)들을 만날수 있는 마케팅 방법까지 안내를 해드리고 송도에서 주운 강아지 캐리어와 차에 있던 QT책까지 선물로 드렸더니 자기 전재산이 30만원인데도 불구하고 용달비를 더 주셨습니다. 성가대 소프라노 출신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쨍쨍한 도화동 개구리눈 언니와 카톡친구를 맺고 가끔 힘들면 연락주시라고 했더니 자주 연락해서 힐링 받고 싶다고 하셔서 그러시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에는 화성시 운동 중독 파혼남에게 당근마켓에 내놓은 중고 거꾸리를 팔면서 상담해 드려야겠네요. 사람도 살리고 그 동네 아파트값이 떨어지면 안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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