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이른 아침, 성으로 들어가실 때 예수님은 시장하셨다. 마침 길가에 한 그루의 무화과나무가 있는 것을 보시고 가까이 가셨으나 잎사귀만 무성하고 열매가 없었다. 예수님이 그 나무를 향해 “네가 다시는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다” 하시자 나무가 곧 말라 버렸다. 제자들이 이것을 보고 놀라 “어떻게 무화과나무가 갑자기 말라 버렸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너희가 의심하지 않고 믿기만 하면 내가 그 무화과나무에게 한 일을 너희도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이 산을 향하여 ‘땅에서 들려 바다에 빠져라’ 하여도 그대로 될 것이다.
마태복음 21:18-21 KLB
어제 주일 설교는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를 예수님이 저주하는 장면에 관한 말씀이었습니다. 열매 맺을 시기가 아닌 때에 죄없는 나무를 저주하여 말라죽게 하는 예수님에게 제자들이 의아해하면서 묻는데 단편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굳이 나무를 말라죽게까지 하실 필요 있었을까, 열매 못 맺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 민족을 상징하고 열매없음은 겉치례만 중요시하는 바리새인 같은 종교인들의 모습으로 비유한다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특히 십자가 죽음을 일주일 앞둔 분에게는 감정적으로 더욱 격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운명은 알고 계셨겠지만 이스라엘 민족의 반복되는 죄로 인해 결국 누군가 죄값을 치러야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예수님은 한탄하면서 열매없는 무화과나무에게 짜증이 폭발한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입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면 어딘가에는 화풀이를 하고 싶었을 것 같고 죄없는(?) 무화과나무만 본보기로 말라죽은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지방용달로 멀리 여수에 다녀왔습니다. 장거리운전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걱정하지만 매일 100Km씩 운전하는 아메리칸 스케일인 저에게는 LA~SF 거리의 반밖에 안되는 가까운 거리라서 예약을 잡고 간단한 짐과 승객을 태우고 토요일에 전기트럭을 몰고 출발했습니다. 완충 후 250Km 주행할 수 있기 때문에 도중에 한 두번은 충전을 해야한다고 고객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강남 역삼동에서 출발하여 중간중간에 휴게소에서 충전 및 휴식을 취하면서 내려갔습니다.
사회적 거리 1단계로 풀린 뒤 두번째 주말에 날씨도 환상이라 고속도로가 천안까지 완전 주차장 수준이었지만 최근 발의된 전기차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선 운행 가능한 법안을 믿고 쭉 달려 무난하게 목적지인 여수를 코앞에 둔 상황이었습니다. 순천 쯤 오니 전기가 다 떨어져 미리 검색한 휴게소에 들려서 충전을 시도하는데 계속해서 실패 오류가 나는게 아니겠습니까? 승객분도 함께 있었으니 죄송하기도 하고 당황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침착하게 안내 센터에 전화해 보자고 제안하셔서 전화를 했더니 어제 고장 접수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보통 충전소가 두개씩 있는데 그 휴게소는 1개밖에 없는 상황이라 빨리 결정을 내리고 순천시까지 가서 충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배터리는 기준 이하로 떨어져서 출력이 약해지면서 감속 운행을 하게 되었고 터널 앞에 오자 차가 거의 운행이 불가한 수준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이 터널 중간에 차가 만일 서게 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터널 앞에 주차를 하고 긴급 출동을 불러서 차를 싣고 순천시에 있는 전기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전기 충전 하면서 식사를 간단히 하고 여수에 도착하여 짐을 내리니 저녁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이순신 장군 공원에 있는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고 올라갈 준비를 하니 9시가 넘었습니다. 문제는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충전을 하면서 올라가야 하고 저도 피곤하여 졸음 운전을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우선 전주까지 찍고 올라갔습니다.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는데 중간에 쉬면서 운전했는데도 너무 졸려서 운전하면 안될 것 같아서 24시간 찜질방을 찾아서 우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토요일 새벽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거의 20시간 동안 운전을 한 셈이니 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일요일 아침부터 시작됩니다. 새벽에 도착할 줄 알았던 어머니도 저희집에서 아기 보시면서 걱정을 하시고 남해에 여행중인 아내도 제가 아기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지방 용달을 간것을 알고 놀랐고, 특히 일요일 아침 일찍 어머니 교회에 가실 일이 있으셔서 제 동의 하에 창일이와 준일이에게 시온이를 잠깐 맡기고 나간 것이 아내의 귀에 들어가자 패닉 상태에 되면서 혼돈의 늪으로 빠져버립니다. 함께 여행간 친구도 함께 불길한 상상속으로 빠지면서 최근 인천에 있었던 라면 형제의 불행한 뉴스가 떠올랐지도 모르겠습니다.ㅠㅠ 사실 일요일 아침이라 아이들은 자다가 늦게 일어났는데 말입니다. 전 새벽 5시부터 열심히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렇게 많던 충전소가 상행에는 완속 충전기만 있고 급속충전기가 안 보이는건 머피의 법칙이겠죠? 결국 논산역과 공주시청에 들려서 충전을 하고 집으로 도착했더니 집에는 어머니와 막내 동생이 와서 아이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잠을 줄여가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애시당초 무리한 일정이어서 어쨌든 어머니와 아내에게 폐를 끼치게 된 주말이었습니다. 같이 여행간 아내 친구도 아이들만 집에 둔 것은 이혼감이라고 하면서 전화가 오고 여행기분 다 망쳤다고 하여 일이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졸지에 미국 캘리포니아였더라면 경찰에 신고를 당했을 중범죄인이 되어버렸습니다. 30분 쉬고 바로 용달 건으로 인천논현동에 들려 짐 싣고 주안동에서 내린 후 도화동에서 수리한 안마의자를 싣고 부천 들려서 짐 내리고 서초동에서 내리니 일요일 오후도 금방 지나갔습니다. 이동중에는 온라인 예배로 참여하면서 주일은 지키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주일 말씀으로 돌아가 저를 돌아보니 잎사귀만 번지르르한 열매없는 종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열심히 하는것 같지만 속된 말로 돈도 안되는 하찮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주변에 걱정과 피해를 주면서 단 열매가 아닌 쓴 열매만 남기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까지 일하면서 어쨌든 가족 밥값은 벌긴 했지만 아내와 어머니 입장에서는 별 의미없는 돈일거라는 허탈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내가 그 무화과나무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번쩍 들어서 나중에 예수님 앞에서는 다 핑계로 들리겠구나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지만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더욱 기도하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물론 다음에는 트럭 전기충전을 미리 해놓고 중간 휴게소도 거리 계산까지 철저히 해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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