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아직도 미천왕의 호령이 귀에서 맴돌고 평지에서 낙랑성 전투에서 고구려 철갑기병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이 소설은 김진명 작가가 지난 17년간 자료수집부터 집필까지 장고의 노력끝에 탄생한 역작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저는 대한민국의 진취적인 기상과 놀라운 위기탈출 능력, 그리고 이제는 G8 국가의 반열에 드는 국제적인 위상을 갖게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고구려 시대부터 이어져온 민족적인 DNA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디오북으로 3권짜리 소설을 들으면서 을불 왕손과 그와 함께 뜻을 같이한 고구려 영웅들의 대서사시는 그대로 영화제작을 통해서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하여 많은 젊은이들에게 깊은 역사의식을 갖게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이상 한반도의 모양이 힘없는 토끼가 아니라 대륙을 품고 있는 호랑이 형상이고 중국의 만주땅이 고구려 시대에는 우리나라 땅이었다고 배우는 것이 더욱 진취적이고 넓은 세계관을 갖게하는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설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을불 왕손이 숙부인 상부의 끈질긴 추적을 피해 낙랑군에 몸을 피하고 실력을 쌓고 추종자들을 모아 다시 왕권을 되찾는 이야기인데, 그 걸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많은 영웅들을 만나면서 왕의 자질을 배우고 성품이 변화하는 것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무기를 만들기 위해 낙랑에서 고구려 출신 상인인 아영을 통해 철을 확보하고 돌아가신 조부인 안국군의 본거지였던 숙신땅에 도착했지만 헐벚고 굶주린 백성들에게 철을 나누어주고 직접 백성들에게 밥을 퍼서 먹이는 장면은 야심을 품은 냉혹한 리더의 모습이 아니라 진심으로 백성들을 사랑하는 인자한 왕의 성품을 볼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머리말에도 나와 있지만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중국 역사인 삼국지와 관련된 영화,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경험할 수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역사를 소재로 한 컨텐츠들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참 슬픈 현실이었습니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으로 인해 혼재스러운 상황에서 저를 포함한 자녀 세대들에게는 올바른 역사관뿐만 아니라 재밌는 역사 컨텐츠가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나 고려시대와 관련된 역사 드라마는 많이 있었으나 고구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 소설이나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번 김진명 작가의 오랜 조사와 노력 끝에 탄생한 고구려는 우리나라 정통역사 소설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역사에서 보면 고구려는 변방의 오랑캐 부족이었으나 고구려의 관점에서 보면 만주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중국 한족과 북방 여진족과 국경을 맞닿아 있던 고대국가였습니다. 고구려에는 철갑기병이라는 최정예 기마군이 있었는데 그런 가공할만한 군대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소설의 하이라이트인 장창 방진과의 숙명적인 전투는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고 비장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1권부터 3권까지 고구려 미천왕의 이야기로 시작된 장편소설 고구려를 읽고 나서 앞으로 고구려의 후손으로 자처하고 대한민국 역사의 뿌리를 찾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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