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입버릇처럼 나중에 성공하면 골동품 가게를 하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로 오래된 물건과 그 역사와 스토리에 관심이 있고 제품이 주는 실질적인 가치보다 그 감성적인 가치에 더 빠져들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잡동사니들을 모아둔 가방이 있는데 농담삼아 집에 불이 나면 그 가방은 꼭 챙겨나갈 거라고 하면서 이사를 다닐때마다 그 가방을 들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받은 쪽지부터 좋아했던 영화 팜플렛, 군대 훈련병 시절 적었던 생활 일지, 유치한 스티커, 심지어는 손목에 오래 차고 다녔던 끈까지, 사실 모두 아무런 금전 가치도 없는 것들이지만 저에게는 추억이라는 감성적인 가치가 있는 물건입니다. 오래 전 영국 출장을 갔을때 우연찮게 골동품을 파는 주말 행사에 가서 머니 클립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모티브로 만든 티파티 (Tea Party) 주물 기념품을 사 왔고 경주에 가족 여행을 가서는 돌아올 때 돈궤를 사 올 정도로 앤틱 제품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 고상한 취미가 자동차로 넘어오게 된 것은 2015년 동생이 투자를 한 수제 자동차 스타트업 모헤닉개러지스 라는 회사를 알게 되면서부터인데 현대자동차의 첫 SUV 인 갤로퍼를 복원(Restore)하여 새로운 브랜드로 판매하는 것을 보고 중고거래로 초기 모델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의 성능이나 금전적인 가치보다는 오래된 자동차를 복원하여 옛 감성을 느끼는 경험과 수제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독특함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30-40대 자동차 마니아들이 대부분 고객이었고, 일부 자동차를 좋아하는 연예인들도 홍보대사로 위촉하여 니치 마켓을 공략하여 초기에는 많은 주목과 투자를 받았습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이었고 자동차와 회사 지분 투자를 하면서 즐겁게 자동차로 출퇴근하면서 비싼 취미를 즐기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자동차 결함으로 지속적으로 수리비가 들어가고 수리 센터가 경기도 파주에 있어서 여러가지로 불편하기도 하여 결국 반값에 처분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에 그 스타트업도 계획대로 자동차 생산이 되지 않고 자동차 제작 사업 이외에도 무리하게 브랜딩 기반의 프랜차이즈샵과 식음료 사업까지 시작하고 코인 이코노미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다가 결국 사업은 주저앉고 업종을 전기 오토바이로 변경하여 다시 재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자동차에 대해 완전 문외한이었는데 지나친 욕심과 허영으로 클래식 자동차를 구매한 것이 문제였고 사실은 그 내부는 제대로 복원되지 않은 똥차였지만 겉모습만 멋진 모델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후 택배 기사가 되어 매일 트럭을 운전하면서 자동차에 대해 조금씩 알게되고 장모님께 중고 자동차를 선물로 드리면서 차를 찾아보다가 다시 갤로퍼 리스토어 모델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깨달았습니다. 이미 갤로퍼를 중심으로 오래된 갤롭이노라는 커뮤니티에서 많은 갤로퍼 고수들을 만나게 되면서 많은 궁금증이 풀렸고 인천 연수동에 제 트럭을 수리하던 자동차 공업사를 통해서 갤로퍼 자동차를 저렴하게 수리 및 점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중고 갤로퍼 자동차 2대를 구매했는데 한 대는 캠핑 전용으로 차박용 캠핑카 렌트 사업을 위해서 구매한 것입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감가상각율이 높은 자동차를 2대나 구매한 것은 매우 낭비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클래식 카의 경우에는 대부분 감가상각이 다 된 가격으로 중고 거래가 되기 때문에 보유 기간에 따른 손실은 없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수요가 더 많아지고 자동차 수는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노후 중고 자동차이기 때문에 잦은 수리는 피할 수 없지만 부품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유지에 드는 비용은 일반 신차 수준보다 훨씬 낮고 대부분의 자동차 정비 및 공업사에서 수리가 가능합니다. 제 갤로퍼는 여성들의 명품 핸드백 값 정도인데 재테크 면으로도 다시 팔 때 감가상각이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소장 가치가 있고 조금씩 차를 수리하면서 자동차 지식을 배우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유 5등급 운행 제한 조치에 따른 불편함과 과태료 그리고 클래식 카는 안전하지 않다는 선입관에서 오는 걱정과 우려에 따른 감정적인 비용도 고려한다면 클래식 카를 좋아하는 남편을 둔 아내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클래식 카는 주로 주말에 세컨드 카로 동네에서 타고 다니는 용도로 활용하고 자동차 안전은 운전 습관과 실력과 상관있는 것이지 자동차 연식과 모델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크게 신경쓰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명품 가방을 드는 여자들의 만족과 심리에 대해서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는데 마치 정장을 입고 쓰레기 봉지에 노트북을 넣고 다니면 이상한 것처럼 명품 가방을 드는 것은 남자들이 비싼 수입차를 타면서 자기 만족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설명을 듣고 이해가 많이 되었습니다. 다만 그런 사치가 아닌 소확행을 누리고자 하는 택배 기사의 고상한 취미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동차 종합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갤로퍼 1대가 매연이 기준초과가 되어 퓨얼 인젝션 펌프 (Fuel Injection Pump) 를 수리하게 되었는데 예상보다 문제가 커져서 타이밍 벨트와 엔진룸을 교체했습니다. 사람에 비유하면 심장 수술을 한 셈인데 폐차의 기로에서 고민하다가 우선 살리기로 하면서 교체가 필요한 부품들을 찾으러 인천 전역의 현대모비스 부품가게를 뒤지고 폐차장까지 가서 부품을 사면서 종합검사 통과를 위해서 노력을 하여 결국 종합검사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모두 처분하고 새 차를 한 대 사라고 하는데 사실 출퇴근용으로 차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돈을 더 내서 굳이 감가상각율이 높은 자동차를 사야할 필요가 없긴 합니다. 미국 속담 중에 “One man’s trash is another man’s treasure’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결국 갤로퍼 1대는 부품이 너무 노후화 되어 여러군데에서 오일이 새서 점검을 받아 보았더니 수리비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서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주요 부품은 대부분 교체해서 주행에는 문제는 없었지만 아파트 주차장에 계속 오일이 새서 민폐가 될 것 같아 해외수출 혹은 조기폐차를 하기로 하고 전 차주에게도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드렸더니 감사하게도 다시 가져가겠다고 하여 좋은 가격에 양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분양 받았던 대한민국 강아지를 다시 제 주인에게 돌려드린 것 같이 기쁜 마음으로 돌려준 셈입니다. 이제 남은 다른 한 대의 갤로퍼를 타고 행복한 드라이빙은 계속 될 것입니다. Driving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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