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린이날 개장을 앞둔 강원도 춘천의 레고랜드에 대한 뉴스를 듣고 유적지 보존과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관련된 보도 뉴스와 PD수첩을 통해서 좀 더 자세히 찾아봤습니다. 얼핏 들으면 춘천 중도라는 아름다운 섬에 세계 최고의 놀이시설과 리조트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여 춘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개발에 착수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청동기 시대의 유적지가 발굴되어 문화재 보존을 하기 위해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대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세계 유네스코에 등재될 만한 수준의 엄청난 유적지를 덮거나 고의로 훼손시키고 유물을 봉지에 싸서 이전시킨 강원도 도청의 졸속행정과 시행사의 로비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 문화재청장을 8개월만에 교체하는 노력 끝에 올해 5월 5일 어린이날에 레고랜드가 청동기 유적 위에 개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뉴스가 그렇지만 일반인들이 뉴스를 접할 때 쯤이면 위정자들이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업가들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수의 핵심 인물들로 인해 이미 결론이 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시행사들과 규제를 담당하는 관련 기관들과의 마찰이 있는 경우 많은 경우 로비를 통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심한 경우 뇌물 등을 주고서라도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 개발사업을 진행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개발사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환경문제나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의 보존을 위한 규제와 반대는 자신들의 이익과 반대되는 장애물일 뿐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극복해 왔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중간에 개발을 중단시키거나 취소시키는 일은 드물고 개발업자와 그를 둘러싼 욕심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양심을 가진 힘없는 공무원들이나 시민단체들은 결국 손을 들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한 쪽에서는 자신들의 사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지역개발과 고용이라는 명분으로 욕심을 가지고 밀어부치는데 반해 다른 한쪽은 아무런 보상도 없고 당장은 인식하기 어려운 대의적인 명분이나 개인적인 양심을 가지고 막아서야 하기 때문에 힘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어린이날이 되면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레고랜드에 놀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추억을 쌓겠지만 플라스틱으로 덮힌 놀이동산 밑에 우리나라의 역사와 그 당시의 삶의 흔적들을 보여주는 유적들이 파묻혀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지 난감할 것 같습니다. 놀이동산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과 레고랜드 리조트를 운영하는 영국회사와의 불평등한 계약 조건 그리고 지나치게 비싼 입장료 등에 대해서는 각자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저는 욕심과 양심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볼때 절대적으로 양심을 가진 자들이 불리한 약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슬쩍 눈감아 주는 대가로 조금이라도 로비 물품을 받았다면 더욱 그 위치는 위축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저도 과거 공공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에서 근무하면서 이런 유사한 상황을 여러번 봤는데 “내 돈이 아닌데 내가 정부 예산들을 열심히 아껴서 뭐할까” 하는 무책임함과 “내가 반대하거나 노력한다고 해서 뭐가 크게 바뀌겠어” 하는 비겁함의 감정 가운데 그래도 나라도 원리원칙대로 규정을 지키고 내 양심을 걸고 일을 처리할 때 오는 불편함과 귀찮음 그리고 피곤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외압에도 불구하고 옮은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스스로 내면의 전쟁을 하는 것인데 많은 경우 그 과정에서 지치고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시에서처럼 살짝 비껴 서 있고 싶은 유혹이 들고 괜히 작은 일에 분개하게 됩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보다 더욱 청렴하고 훌륭한 인품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리더를 기대하는 것은 순수한 바램과 희망일 수 있지만 많은 경우 높은 지위에 있는 분들의 욕심의 단위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크고 양심의 경우 많이 닳고 깍여져 마음이 매우 강팍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의 경우 그런 사례가 많은데 최근에는 카카오페이의 대표이사가 회사가 상장 후 자신이 받은 스톡옵션으로 먹튀해서 주가가 폭락한 사건이나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으로 전 국토를 개발해서 낙동강이 녹조라떼가 된 사건, 박근혜 정부 때 창조경제라는 명분으로 낭비된 수많은 예산은 불편한 진실입니다. 레고랜드의 인허가를 둘러싸고 무리하게 추진한 강원도 도지사, 결국 뇌물죄로 구속된 부동산 시행업자, 기회주의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구성된 부동산 개발 카르텔의 무책임한 프로젝트가 춘천시민과 대한민국 그리고 인류의 역사에 끼칠 영향을 생각할때 무거운 한숨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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