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나니

주일 설교 시간에 담임 목사님이 신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정하고 컨설팅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1주일 만에 헤드헌팅 회사에서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자신의 꿈의 직장, 맥킨지 & 컴퍼니 컨설팅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하고 신학교에 입학하셨다는 간증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년 저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계약 종료 후 퇴사한 후 제가 엔젤 투자를 했었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회사에 잠시 입사했지만 경영진의 이해 충돌 이슈로 인해 고민 끝에 퇴사하고 다른 직책을 찾는 중,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높은 직책으로 제안을 받고 2차 인터뷰를 통과했고 동시에 창업을 직접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따라 방황중이었습니다. 결국 게임업계에서 유명했던 개발자 출신의 전 게임 회사 대표와 의기투합하여 창업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가 창업을 직접 하기보다 스타트업에 입사하여 신규 게임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신규코인발행(ICO)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자금이 모이자 사업 계획을 바꾸고 암호화페 도박 플랫폼을 추가로 개발하자는 경영진이 내부 계획을 세우게 되자 저는 고민 끝에 퇴사한 것입니다. 한편 스타트업에서 저는 실무적으로 무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사실 당황하고 있었는데 오랜 시간동안 자기계발에 소홀히 하고 새로운 스킬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마치 쪼렙의 게임 캐릭터로 최종 보스 레벨에 미션을 깨기 위해 입장한 용감하고 무지한 초보 유저같은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하나님은 저에게 어떤 시험을 주셨고 제가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는 무엇일까 묵상하면서 과거에는 너무 추상적이었던 그런 단어들이 좀 더 명쾌해지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과연 저는 매순간 내려야했던 크고 작은 결정들 가운데 어떤 기준으로 좁은 길을 걸어왔는가 생각을 해봤더니 하나님의 자리에 제 자신이 있었다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능력보다 과한 직책과 책임을 가지고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하나님의 도우심과 매번 운명같은 만남들로 저의 부족했던 부분들을 그 때마다 채우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는데, 제 능력으로 해냈다는 착각 속에서 교만했었고 이번 한번만이라는 베드로의 만선의 꿈을 꾸며 그물을 던졌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니고데모에게 오셔서 제안했던 것처럼 오늘 저에게 오셔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을 따르라고 하신다면 어떡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거에는 스스로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주저했다면 이제는 매일 행복을 배송하는 택배기사가 되어 기꺼이 따르겠다고 다짐하며 블로그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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