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최대 고객사의 공동대표가 갑자기 일방적으로 솔루션 교체를 통보한 후 급하게 본사에서 기술지원팀을 파견시켜서 고객사와 미팅을 하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상 고객 이탈은 이미 확정된 상황이고 다른 솔루션 회사의 기술 검증을 시작하여 교체의 수순을 밟고 있는 비상 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한국 지사장인 저는 올해 매출 목표 달성 위기의 절대절명의 순간이었습니다. 기술 문제 이슈 해결과 가격 체계 변경 제안을 통해 고객의 결정을 번복하게 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편 주일 설교 말씀과 저의 상황이 겹치는 듯 지난주 주일에 하나님께 순복하기로 결정을 하자마자 바로 다음날 이런 사업적인 위기가 닥쳐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사 미팅을 위해서 본사에서는 기술 지원 담당 두 분이 급하게 출장을 오게 되었습니다. 연초에 중국 정부에서 갑자기 코로나 봉쇄 정책을 풀면서 확진자가 폭증하자 한국 정부는 중국인에 대한 신규 여행 비자 발급을 중단하여 여행객이나 출장자들이 자유롭게 한국에 입국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방문객에 대해서만 코로나 PCR 테스트를 다시 재개하여 입국 절차도 매우 불편한 상황이었습니다. 너무나 다행이었던 것은 한 분은 작년 한국 출장을 위해서 10년 복수 여행 비자를 받은 분이었고 또 다른 분은 한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하면서 영주권을 받았던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본사의 조치로 2일 만에 한국에 도착하여 고객사 임직원들과 미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고객사와의 마찰에서 저 혼자 고객사 임원들과 실무자들을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기술적인 이슈와 사업적인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다시 고객사의 결정을 돌려야 하는 과정을 본사에서 출장 오신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한다는 것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고객사 임원분과 온라인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고객사의 담당 개발자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특정 화면이 고해상도로 설정이 되는 바람에 지난 몇 개월간 사용료가 과다 청구된 점이 발견되었고, 이미 그 이슈에 대해서 저희 기술 지원팀에서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었지만 묵살되었다는 것도 추가로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그 이슈를 알고도 해결하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개발자이자 공동대표였던 것입니다.
사실 고객사의 가장 큰 불만은 한국 지사에 기술 지원 담당자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어 표현이 조금은 서툰 중국 본사의 기술지원 담당자와 온라인 회의를 하면 불편할 수 있지만 기술적인 이슈를 해결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음에도 고객사 담당 임원은 경쟁사에서는 기술지원 인력을 직접 사무실에 파견시켜 줄 수 있다고 하면서 저희 팀을 압박했습니다. 막상 한국어가 가능한 기술지원 담당자가 직접 출장을 왔더니 실무자들은 이슈를 파악해서 필요하면 연락을 주겠다고 하면서 후속 실무자 미팅을 자꾸 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꼬인 상황 속에서 실마리를 풀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지만 고객사의 실무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느라 움직이지 않고 본사에서 파견나온 출장자들 입장에서는 현지 기술 지원이 급하다고 해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더 이상 실무 미팅이 이어지지 않자 황당해 했습니다. 심지어 고객사 근처에서 대기하면서 호출하기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일도 있었는데, 이런 불편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저와 본사 임원진도 초초해지고 출장자들도 힘이 빠진 상태에서 결국 주말에 중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는 출장자들의 다른 일정을 챙기면서 최대한 이번 출장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오히려 다른 고객사들과의 여러가지 기술 지원 이슈들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마찰이 있었던 고객사와도 결국 다시 논의를 재개할 수 있게 되고 최대한 조건을 맞추면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긴박했던 상황들이 다시 정리되고 양사 간의 불신으로 문제가 될 수 있었던 불만과 갈등을 해결하면서 느꼈던 것은 사소한 실수로 시작된 문제의 불씨가 결국 큰 불이 되어 집을 태울 수도 있다는 것이었고 최근 완독한 다이소 박정부 회장님의 “천원을 경영하라” 책의 내용 중 그의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출장자들의 감정적인 소모와 불평 불만의 사소한 말들로 인해 점차 커지는 불신의 마음이었습니다. 사실상 이미 경쟁사 솔루션으로 변경하도록 내부적으로 결정해 놓고 기술 지원 문제들을 핑계로 유리한 계약조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하는 의심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양사 실무자들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동료 의식을 가지면서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동료들을 안심시키고 고객사 실무자들과 임원진들이 요청한 정보와 요구사항에 대해 각 직책과 업무에 맞는 대응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고객사와는 재계약을 하는 조건으로 과거 요금을 할인해 주었지만 결국 경쟁 솔루션으로 변경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계약을 연장하면서 월 최소비용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한 뒤 그 이후 솔루션으로 교체함으로서 사실상 무효한 재계약을 한 셈이었습니다. 매우 허탈했지만 간다 마사노리의 책, ‘비상식적 성공 법칙’ 책을 읽으면서 성공적인 영업을 위해서 누가 고객인지 아닌지를 빨리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나의 고객에게만 집중하고 고객이 아닌 곳은 과감히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위기의 상황에 믿음의 형제들과 기도 제목을 나누고 함께 기도했던 것도 영적인 돌파구가 되었고 지난주 설교 중의 말씀대로 예수님이 저를 위해 기도하고 계신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Jesus has been praying for me (Luke 22:32)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