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그 당시 제가 근무했었던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코인이 폭등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퇴사하면서 스스로 포기한 지분은 지금 코인 시세로 따지면 큰 금액이었고 만일 그 프로젝트가 어떻게든 성공했더라면 블록체인 사업 분야의 유명인사 중 한 명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택배기사의 바쁜 삶이라던지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몇백만 원짜리 똥차를 타고 다니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실리콘밸리에서 누렸던 럭셔리한 삶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비싼 집에 살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게임 안에서 인천 송도의 랜드마크인 포스코타워의 건물주가 되어 거만한 삶을 살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앞에는 기회주의자라는 수식어는 영원히 따라왔을 것이고 아마도 지금 누리는 자유함과 자족함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교회는커녕 아마 그동안 제가 알고 지내던 분들이나 친구들과도 큰 괴리감을 느끼면서 교제하기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최근에도 친한 친구 가족과 영종도 캠핑장에 다녀왔는데 그런 일상 생활의 소소한 재미를 느낄수 없었을 것이고 대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외국의 고급 리조트에서 럭셔리하게 호캉스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집 앞에 있는 연세대학교 캠퍼스에 막내랑 산책 갈 때마다 눈여겨 보게 되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하는 성경 구절이 적혀 있는 비석이 있습니다. 이 구절의 전체 내용이 궁금해서 성경을 찾아보니, ‘…내 말에 거하면 참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한복음 8:31‭-‬32 KRV) 라는 내용이었는데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얻은 진리로 죄로부터 자유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방법은 힘들지만 진실의 길을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믿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이 진리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그 일을 하고 있는 저 자신의 모습은 한마디로 매우 부자유스러웠습니다. 내가 스스로 옳다고 믿는 신념에 따라 말과 행동을 하고 그것이 일치할 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신뢰가 쌓이는 것인데 마음 속으로는 이것은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할 수 없이 일을 하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하루 하루 괴로운 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과거 게임 회사에서 근무할 때도 회사에서 출시한 게임의 성공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고 여러가지 혁신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많은 유저에게 다운로드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노력하면서도 집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지 못하게 주의시키는 부모의 입장에서 느꼈던 괴리감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것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뜻으로도 이해했는데,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매일 새로운 소식과 신기술로 새로운 시대가 조금씩 열리고 있는데 배움을 멈춰버린 사람들도 역시 제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책에 나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른 아빠가 대표적인 예인데, 두려움에 사로잡혀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 것을 자기합리화하고 공부해야 할 것을 배우지 않고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거만한 게으름뱅이들은 절대로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스타트업에서 실무를 직접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자 저는 그동안 관리자로서 필요했던 업무능력과 수많은 비즈니스 인맥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을 체험하면서 스스로 무능력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실행해 보지 않으면 더 이상 회사의 브랜드나 직책으로는 스타트업이라는 정글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꿈을 꾸다가 하루 아침에 인천 주안동에서 택배를 배송하는 기사의 삶으로 전락했지만 매일 택배를 받고 감사해하는 주민들을 보면서 진리는 과연 무엇이고 행복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풍성한 삶으로의 초대’ 라는 책을 통해서 행복한 삶을 재정의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매일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과 오후에 지는 석양을 보면서 감사와 경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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